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이꽃님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었습니다. 소재 자체가 아주 새롭지는 않습니다. 시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교류하는 이야기는 매력적입니다. 여러 영화와 소설들이 떠오릅니다.
2016년의 은유와 1982년의 또 다른 은유가 ‘느린 우체통’의 편지를 통해 소통합니다. 특징이 있다면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1982년의 은유는 2016년의 은유보다 빨리 성장합니다. 어린 동생에서 동갑, 누나, 성인으로 성큼 성큼 나이를 먹습니다. 성수대교, IMF 같은 굵직 굵직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현재의 은유에게 다가갑니다. 책의 대상인 저연령층의 눈높이에 맞춰 앞 세대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응답하라’ 같은 과거를 소환하는 드라마와 소재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가족’에 더 집중합니다. 소설 속의 두 은유 모두 가족 안에서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쉽게 예상 가능하듯 과거의 은유가 경험하는 옛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어린 세대에게 윗 세대에 대한 이해를 의도합니다.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교훈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거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더 이야기 하려 합니다. ‘죽음’과 ‘이별’ 입니다. 스토리의 ‘반전’을 통해 그 부분을 제시합니다. 흐름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상상이 가능하기에 더욱 괴롭습니다. 결말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아립니다. 결국 두 은유는 만납니다. 작가는 옛 ‘은유’의 언어로 끝맺고 현재의 ‘은유’는 과감히 생략합니다. 즉, 제목의 ‘너에게 갈께’는 옛 은유가 지금의 은유에게 건네는 언어입니다. 그 언어는 메타포, ‘은유’입니다. 너무도 절절한 마음을 전하기 힘들 때 우리는 에둘러 ‘은유’를 이용합니다. 과정에서 원 관념과 보조 관념은 이어집니다. 너와 나는 하나가 되고 겹쳐집니다. 거기에 이 소설만의 깊이와 파괴력이 발생합니다.
읽은 후 뻔한 ‘교훈’은 휘발되고 그리운 향기만 남습니다.
올해 초 이 책을 만나 행복합니다. 연령 상관없이 권하고 싶습니다.
이별 경험이 있으면 더욱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