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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서평 2026. 3. 28. 11:19
책을 읽은 후 가끔 서평을 올립니다. 주된 목적은 '관심'입니다. 지적 허영심과 인정 욕구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지지만 조회수가 주는 도파민에 지고 맙니다. 서평을 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책은 주로 고전입니다. 세월에 검증된 작품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읽는 권수가 늘어날수록 깨닫습니다. '폭풍의 언덕'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학창 시절에 읽었었는데 이번 독서 토론에 대비해 다시 읽었을 때 이 책에 대해 뭔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충동의 이유를 독서 토론을 마치고 어렴풋이나마 짐작합니다. 토론에서 저에게 흥미로운 두 가지 대화가 오갔습니다. 한 지인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유령은 피안에서 마침내 사랑을 완성하고 행복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인은 이 책의 감상을 말하며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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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서평 2026. 3. 28. 11:10
'고도를 기다리며'는 저에게 그다지 즐거운 독서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 구조를 분석하고 알레고리와 은유를 찾아가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는 독서에 익숙했거든요. 이 책은 다릅니다. 평소 제가 해왔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해를 철저히 냉소합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대화는 지리멸렬하고, 기다리던 고도는 끝내 등장하지 않으며, 이야기는 끝났다는 느낌조차 없이 끊깁니다. 텍스트는 끊임없이 '생각을 정지하라'라고 명령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거부합니다. 이어지지 않는 소재들에서 알레고리를 찾아내고, 원인과 결과를 상상하며 의미를 엮습니다. 저의 두뇌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워낸 그 진공 상태에 기어이 '생각'을 가득 채워 넣습니다. 저는 그 이유로 이 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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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한강 작가님의 수상 소식을 듣고감상 2026. 3. 28. 11:06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읽기가 망설여집니다. '소년이 온다'가 저에게는 힘든 책이었어요. 얼마 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관한 독서토론에 참가했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가 생각나더라고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왜 그런 방식으로 소설을 썼을까, 두 작가는 왜 이야기를 마술적으로 풀어갔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어요.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에서 비현실적인 소재들은 일종의 '위령제' 느낌이 강했어요. 영혼들을 통한 '말하기'라는 형식으로 마술적인 접근을 보여주는데 그 묘사가 정말 리얼합니다. 비현실적, 비체험적 소재를 집요한 사실주의, 자연주의적인 글쓰기로 재현함으로서 독자들에게 환상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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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 무라타 사야카서평 2026. 3. 28. 10:59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일종의 ‘미궁’입니다. 작가가 던져놓은 질문들을 저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작년 읽은 이후 거기에 대한 대응이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돕니다. 큰 줄기는 세 가지입니다. ‘설국의 패러디’, ‘본래적인 자기’, ‘비극의 탄생’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설국의 패러디라고 생각합니다. 설국에서 주요 등장인물로 남자 한 명과 여자 2명이 나옵니다. 지구별 인간은 여자 1명, 남자 2명으로 바꿨습니다. ‘설국’에 3번 방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키시나’에 3번 방문합니다. 두 소설 모두 ‘누에’의 알레고리가 크게 작용합니다. ‘설국’과 ‘아키나시’를 일종의 ‘이상향’으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단지 ‘오마주’가 아닌 ‘패러디’인 이유는 이 소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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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서평 2026. 3. 28. 10:58
1. 신으로서의 요조'인간실격'의 내용 중 아마도 가장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 중 하나는 호리키와의 대화 도중 나온 유의어와 반의어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이해를 위해서라도 그 부분이 소설의 전체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리하고 싶습니다.호리키와의 대화 부분에서 유의어를 ’=‘ 기호로, 반의어를 ’↔‘ 기호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자의 유의어는?” “창자” “창자의 반의어는?” “우유.”여자 = 창자 ↔ 우유(먹을 것) “죄, 죄의 반의어는 뭘까. 이건 어렵다.” “법이지.” … “그럼 뭔데? 신이야?”“죄의 반의어는 선이지.“ ”선은 악의 반의어지 죄의 반의어는 아니야.“”그렇다면 역시 신이겠군. 신, 신. 뭐든지 신으로 해두면 틀림없어.“죄 ↔ 신 “죄의 반의어는 꿀이지.” “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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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장강명서평 2025. 10. 28. 15:02
어제 독토에서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먼저 온 미래'가 그 책의 형식에 빚진 점이 있다고요. '카탈로니아 찬가'였나 '동물농장' 독토였나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는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참고 삼아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구성이 매우 닮았습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오웰 자신이 탄광촌으로 가서 체험담 내용입니다. 막장의 열악한 현실, 노동 계층의 임금과 현실 생활 등 사실 중시의 기록문학입니다. 반면 2부는 사설에 가까웠습니다. 탄광의 노동자 계층이 왜 사회주의를 지지하지 않는지, 당시 영국의 사회주의 지식인 계급과 왜 유리되어 있는지에 대해 작가 나름의 분석과 울분이 녹아 있습니다. 처음 출판할 때 2부를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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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서평 2025. 10. 2. 16:32
오래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며 작가가 왜 이런 설정과 장면을 넣었을까 궁금했던 것이 몇 개 있습니다. 나름 납득했던 것도 있고 모호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중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유리'와 '37살'입니다. 8장 처음에서 와타나베는 유리에 손을 베입니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와서 아르바이트를 조퇴하고 기숙사로 돌아갑니다. 유리는 7장 중간에도 나옵니다. 미도리가 불러서 같이 병원에 가는 도중의 대화입니다. 지식의 소용을 묻는 미도리의 질문에 와타나베 자신은 "까마귀가 나무 구멍에 유리 조각을 모으듯" 계통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습득의 예로 외국어 습득과 형이상학을 듭니다. 미도리는 와타나베를 칭찬하며 감탄합니다. 이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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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서평 2025. 5. 12. 10:07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페이지들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대해 과대평가된 범작과 위대한 미국 소설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아마도 삼각관계 위주의 통속적 외양이 범작이라는 평가의 이유 같습니다. 반대로 위대하다는 평가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곱씹어보면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가 개츠비에 대해 위대하다고 수식한 이유는 녹색(green)에 대한 경이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 같습니다. ‘달이 더 높이 솟아오르자 무의미한 집들이 사라지면서 서서히 한때 네덜란드 선원들의 눈앞에서 꽃처럼 피어났던 그 옛날의 섬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신세계의 싱싱한 초록빛 젖가슴이었다.’‘일시적인 매혹의 한순간, 인간은 이 대륙의 존재 앞에서, 역사상 마지막으로 극한의 경이로움을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