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인 티타는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전통적으로 막내딸은 일생을 혼자 살면서 부모님 수발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날 페드로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의 어머니인 엘레나는 막내딸 대신 언니인 라우리사를 페드로와 결혼시킵니다. 페드로는 가까이서라도 티타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주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티타는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이 요리에 그대로 스며 들어갑니다.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모두 티타의 감정을 그대로 느낍니다. 질투와 좌절을 담은 요리인 언니의 결혼식 때 만든 ‘차벨라 웨딩 케이크’를 맛 본 하객들은 모두 구토합니다. 사랑의 감정을 담은 요리인 ‘장미꽃 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은 둘째 언니는 온 몸이 흥분으로 달아 올라 집을 뛰쳐 나가 매춘부가 됩니다.
이 소설의 관통하는 두 키워드는 ‘요리’와 ‘사랑’입니다. 티타는 주방에서 태어나서 자라납니다. 멕시코의 인습, 집안의 전통에 고통 받습니다. 티타는 요리를 통해 그런 상황을 전복하려 합니다. 소설 속 요리는 먹는 사람 모두의 감정을 뒤흔듭니다. 행동하고 움직이게 만듭니다. ‘가사 노동’이라고 무시되어 왔던 요리에 마술적 리얼리즘을 통해 힘을 부여합니다. 멕시코의 바깥은 판초비야 혁명으로 시끄럽습니다. 그것에 조응하듯 티타는 주방에서 혁명을 일으킵니다. 소설의 다른 특징은 ‘사랑’입니다. 티티의 요리 속 감정들은 페드로와의 사랑이 원인입니다. 좌절, 고통, 질투, 쾌락이 요리를 지배합니다. 겉을 ‘요리’가 지배한다면 그 요리를 움직이는 것은 사랑입니다. 소설의 원래 제목인 ‘Como agua para chocolate’는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뜻합니다. 사랑과 요리의 화학 반응은 격렬합니다. 달콤하지만 밝지만은 않은 감정들이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요리를 통해 멕시코의 사회적 맥락, 인물들의 정념이 뒤섞입니다. 혁명기를 지나며 마마 엘레나와 라우리사는 사망합니다. 페드로와 티타는 결국 이어집니다. 티타는 결혼식의 하객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담은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대접합니다.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모두 성적 욕망에 휩싸여 파트너와의 관계에 열중합니다. 소설 전체의 두 축인 ‘요리’와 ‘사랑’이 완벽하게 결합하는 결말입니다.
이 소설의 문제는 결말 부분입니다. 페드로는 성교 도중 너무 큰 기쁨에 심장 마비로 죽습니다. 홀로 남은 티타는 성냥의 인을 먹고 스스로를 불태웁니다. 불 속에서 두 사람은 영원을 이룹니다. 작가는 아마도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결말 밖에 생각할 수 없었을 겁니다. ‘요리’의 전복적 성격과는 다르게 소설 속 등장하는 ‘사랑’의 작동 방식은 전통적인 ‘로맨스 소설’에 가깝습니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은 결말에서 사랑이 성취됩니다. 그런 결말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처럼 진행 과정의 대부분의 갈등을 은폐합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요리로 표현한 전복적 힘을 사랑이 은폐하고 있습니다. 결말에서 페드로의 딸인 에스페란사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남편과 결혼하여 증손녀를 낳습니다. 소설 전체가 텍스트 전체가 증손녀의 회고록으로 밝혀집니다. 소설 중간의 여러 갈등들을 은폐됩니다. 저택 바깥의 판초 비야의 혁명과 내부 주방의 요리의 조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요리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사회적 맥락과 개인적 정념의 결합의 고리는 끊어집니다. 독자들은 조금 희한한 로맨스 소설을 읽은 것으로 만족할 뿐입니다. 티타와 페드로, 둘의 사랑은 불 속에서 완전하게 연소했지만, 사랑과 요리라는 두 소재의 결합은 불협화음으로 남아 불완전 연소합니다. 식욕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환상적인 묘사로 남았고 사랑은 멕시코의 이그조틱한 로맨스로 남았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작가의 의도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만 보자면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사 노동의 중요성’이라는 테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 소설을 내려치기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독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멕시코의 전통 요리들의 맛과 격렬한 사랑의 감정들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독자들의 이성보다 정념에 호소합니다. 약간 색다른 요리 소설, 로맨스 소설로서 추천하고 싶네요.